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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8-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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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나강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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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 링수이에서 1박. 식사 전후로 시간이 남아 숙소 바로 옆 링수이 강변을 걸었다. 밥을 먹기 전 한 번, 식사를 마친 뒤 한 번 더 같은 길을 걸었다. 분명 같은 공원인데 해가 떨어지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후만 해도 텅 비었던 공원은 어느새 사람들로 채워졌다. 자리를 잡고 즉석 노래방을 차린 시민들, 칼군무를 맞추는 에어로빅 댄스그룹, 199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커플 댄스클럽까지. 공원인지 거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개성 넘치는 현지인들의 밤을 따라 걸어봤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海南?)은 연중 온화한 기후와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으로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휴양지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열대기후에 속하는 섬으로 푸른 바다와 리조트가 밀집한 싼야(三?)를 중심으로 휴양 관광이 발달해왔다. 같은 하이난이라도 남동부의 링수이 리족자치현(陵水黎族自治?)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유명 관광지 특유의 ‘꾸며진 풍경’ 대신 현지인들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난다. 실제로 링수이강변은 관광지보다 주거지역에 가깝다. 2025년 기준 상주인구는 38만4100명이다. 이 가운데 도시 인구만 18만1000명에 달한다. 공원을 걷는 내내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관광지라기보다 주민들의 저녁 속으로 들어온 곳이다. 개인 노래방 차린 공원 숙소 앞 링수이 연정문화공원(陵水廉政文化公?)부터 걸음을 뗐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촘촘히 조성돼 있어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다. 링수이강은 하이난에서 네 번째로 큰 하천으로 보팅현 야룽링에서 발원해 총길이 77.01㎞를 흐른다. 서북 산악지역에서 시작해 동남쪽으로 흐른 뒤 링수이현 시가지를 지나 남중국해로 빠져나간다 손오공다운로드 . 현지에서는 ‘링수이의 어머니강’이라 부른다. 강 양쪽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이어졌다. 밤이 되자 이곳은 오디션 없이 오디션 없이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였다. 야외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켜놓고 노래하는 건 뮤지션들만의 특권이라는 편견은 이곳에서 깨진다. 들어보면 가수라 할 수 없는, 그저 노래가 좋아 밖으로 나온 동네 주민들이었다. 휴대폰으로 노래방 화면을 띄우고 원하는 곡을 부른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돈을 받는 것도,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나온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는 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노랫소리가 바뀐다. 사람들의 열창 사이로 어디선가 빠른 템포의 음악이 들려 따라가 보면 중년 여성들이 에어로빅 댄스를 추고 있다. 중국 도심 공원과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장무(??舞)’다. 주로 중장년층이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추는 문화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주민들의 대표적인 사교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춤을 췄다. 밤늦게까지 산책 나온 주민이 많아 공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활기를 띠었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거환경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공원이 집 밖에서 이웃을 만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동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집 안의 거실이 바깥으로 확장한 것이다. 상하이 인민공원에는 주말마다 부모들이 자녀의 나이와 학력, 직업, 재산 등을 적은 종이를 들고 배우자를 찾는 ‘상친자오(相?角·중매 코너)’가 만들어진다 손오공예시 . 중국인에게 공원이 단순한 녹지를 넘어 ‘사교의 광장’으로 기능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매년 중국 여행을 간다는 최유연 씨는 “중국에서는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추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며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자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공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또 다른 즐길거리 공원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링수이강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 즈인교(知音?)를 지나면 곧바로 링수이 하집(陵水河集)이라는 강변 야시장이 펼쳐진다. 링수이현이 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성한 대형 야간 문화복합공간이다. 푸드코트와 푸드트럭, 플리마켓, 버스킹 무대, 문화광장이 한데 모여 있다. 앞서 본 공원이 누구나 아무 데나 자리를 잡는 ‘자발적인’ 공간이라면 이곳은 한결 정돈된 곳이다. 상。과 작은 버스킹 무대까지 갖추고 있다. 대체로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고 일부 푸드트럭은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대표 먹거리는 하이난 전통 디저트 칭부량(??凉)이다. 차가운 코코넛 밀크에 망고와 파인애플, 용과 같은 열대 과일과 젤리, 팥, 콩 등을 넣어 먹는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오징어 꼬치구이와 열대 과일 생주스도 곳곳에서 팔았다.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와 기념품, 의류를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함께 열렸다. 야시장을 걷다 보면 유독 큰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눈길을 끄는 구역이 나온다. 숙소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한 곳. 체험형 야간 엔터테인먼트 공간 ‘리듬월드(?奏世界)’다 백경릴게임 . 지나치려 해도 지나칠 수 없는 화려함이다. 간판 아래에는 ‘왕홍 다카 오락구역(??打????)’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중국판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과 인기 장소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는 ‘다카’ 문화를 합친 이름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들어가 원하는 노래가 나오면 무대에서 춤을 췄다. 얼핏 아무나 들어가 마음대로 춤추고 나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정해진 안무가 있었고 짝을 지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음료는 15~40위안(약 3000~6000원) 선이다. 이 텐션을 함께 감당할 파트너만 있다면 가볍게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즐겨볼 만했다. 산책을 이어가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 맞은편으로 돌아가면 강변 산책로와 바로 연결되는 해운광장(海???)에 닿는다. 링수이 시내에서 규모가 크고 상업시설이 잘 갖춰진 대표 쇼핑몰이자 광장이다. 저녁 식사와 쇼핑, 강변 산책을 한 번에 연결할 수 있어 현지 주민들이 저녁 약속이나 외식을 위해 즐겨 찾는 번화가였다. 중국에 27년 거주했다는 한단 라미타 코리아 대표는 “중국 공원에는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산책하면서 볼거리가 많다”며 “여름에는 낮이 더워 밤에 공원이 더욱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을 먹고 공원으로 나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야시장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중국은 공원을 중심으로 이런 생활문화가 잘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숙소 앞 공원에서 출발해 다리 몇 개를 건넜을 뿐인데 즉석 노래방과 에어로빅, 야시장, 조명, 쇼핑몰까지 전혀 다른 장면이 줄줄이 이어졌다. 중국의 밤공원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구도 관광객을 위해 노래하거나 춤추지 않았다.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밤을 보내느라 바빴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지의 일상처럼 느껴졌다. sans-ser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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