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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8-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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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나강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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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일이다. 가벼운 헤드폰을 쓰고 시내버스에서 클래식 FM을 듣고 있었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의 4악장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시작되고 얼마 뒤, ‘음?’ 처음 느껴보는 특이한 감각이 두 귀를 채웠다. 아니, 양쪽 귀에 강렬하게 부딪친 뒤 훅 사라졌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뭘까, 이거는?” 그것은 바이올린 파트가 연주하는 빠른 하강 음형이었다. 이미 친숙하다 할만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가 좌우에서 번갈아 플래시처럼 터지는 것 같았다. 또는, 해변에 부딪친 파도가 왼쪽 오른쪽에서 번갈아 햇빛을 반사하며 번쩍이는 느낌이었다.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 바이올린 파트 32분음표 하강 음형 부분 (30:20부터 감상)] 도서관에서 악보를 대출받아 펼쳐본 뒤 궁금증이 풀렸다. 브람스는 이 부분에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기본적으로 같은 32분음표의 하행악구를 연주하도록 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엇갈리게 32분쉼표를 두어 그 찰나의 순간마다 한쪽 파트에서만 소리가 나도록 했다. 내가 헤드폰으로 들은 연주는 제1, 제2바이올린이 지휘자 양쪽에 펼쳐 않도록 한 것이었고, 좌우가 완벽히 분리되는 헤드폰이어서 그 효과가 또렷이 들렸던 것이다.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 바이올린 파트의 악보 일부 / 필자 제공 고전 낭만주의 시대의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각각 지휘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펼쳐 앉도록 단원들을 배치했다. 20세기 초 레오폴드 스토콥스키는 제2바이올린이 제1바이올린 뒤쪽에 붙어 앉도록 하는 새로운 배치를 선보였다. 이 형태는 이른바 ‘미국식’ 배치로 불리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오케스트라의 표준적 배치 형태가 되었다. 황금성게임방법 이와 비교해 전통적으로 펼쳐 앉은 방식은 흔히 ‘독일식’ 배치로 불렸다. 오케스트라의 '미국식' 배치(왼쪽)와 '독일식' 배치(오른쪽) / 필자 제공 새로운 ‘미국식’ 배치는 바이올린 파트가 서로 붙어 있어 고음현의 소리를 맞추기 쉬웠다. 현의 높은 소리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어 화려하고 풍성한 총주(tutti)의 사운드를 형성하기에도 유리했다. 전통적으로 ‘펼쳐 앉는’ 배치의 단。도 뚜렷했다. 바이올린 두 파트가 서로 잘 듣고 정련된 소리를 내는 데 난.이 있었던데다 제2바이올린이 오른쪽으로 앉을 경우 공명통에서 f홀을 통해 악기 앞쪽으로 나오는 소리가 무대 뒤로 향한 뒤 반사돼 청중에게 들리게 된다. 바이올린 두 파트의 질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두 바이올린 파트가 가까이 앉을 경우의 단.도 명백하다. 고전 낭만주의 시대는 두 바이올린 파트가 펼쳐 앉았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이에 따른 효과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특히 ‘펼쳐 앉은’ 바이올린의 효과를 즐겼다. 그의 교향곡 2번 1악장에는 목관의 연주에 바이올린이 응답하듯 진행되는 부분이 나온다. 응답하는 마디는 제1바이올린이 시작하고 제2바이올린이 이를 받기 때문에 ‘펼쳐 앉은’ 악단의 연주를 들으면 소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 듯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왼쪽부터] 브람스, 차이콥스키 / 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두 바이올린 파트의 소리가 엇갈리는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 시작 부분일 것이다. 모바일 야마토 바이올린 두 파트가 높은음과 낮은음을 서로 번갈아 연주하기 때문에 선율이 왼쪽 오른쪽을 넘나드는 것처럼 들린다. 중간부를 지나 이 부분이 재현될 때는 번갈아 연주하지 않고 제1바이올린이 높은 음을, 제2바이올린이 낮은음을 맡는다. 바이올린 파트가 한쪽으로 모여 앉을 경우 이런 효과는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소리가 왼쪽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효과를 생각하면 현대인은 ‘스테레오포닉(stereophonic)’ 또는 ‘스테레오’라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1958년 미국 RCA가 스테레오 LP 레코드를 처음 발매한 이후 좌우 입체음향은 음향산업의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음악사에는 좌우를 음향적으로 펼칠 때 이를 나타내는 또 다른 용어가 존재했다. ‘안티포널(Antiphonal)’이다. 흔히 ‘대창(對唱)적’이라고 번역된다. 한쪽 파트가 먼저 나오고(한국 민요에 빗댈 경우 한쪽이 ‘메기고’), 다른 쪽 파트가 이를 ‘받는’ 식이다. 베네치아 음악가들이 특히 이런 형식을 애호했다. 16세기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는 합창을 여러 그룹을 나눠 메기고 받는 ‘코리 스페차티(분리된 합창)’ 양식이 사랑을 받았다. 두 세기 지나 18세기의 안토니오 비발디가 작곡한 합창곡 ‘라우다 예루살렘(예루살렘을 찬미하라)’에서 합창이 두 파트로 나눠진 ‘코리 스페차티’의 안티포널 효과를 들을 수 있다. 안티포널 효과는 낭만주의 음악에도 흔히 나타난다. 말러 교향곡 9번 1악장은 하프와 호른의 여린 시작 음형에 이어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는데, 대체로 선율 시작은 제1바이올린이 맡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제2바이올린이 시작을 맡는다. 말러 시대의 청중이라면 ‘음?’하고 오른쪽을 쳐다보았을 것이다. 그 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메기고 받듯이 대화풍으로 주제를 펼쳐나간다 야마토게임 연타 . 20세기 헝가리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는 ‘현악기,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1936)에서 오케스트라 현악부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해 무대 왼쪽과 오른쪽에 나눠 앉도록 했다. 두 그룹이 서로 소리를 주고 받는 ‘스페차티(분리된)’ 음향을 연출한 것이다. 앞서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의 32분음표 하강 음형은 한 성부에서 하나씩 소리를 빼버림으로써 음향이 왼쪽 오른쪽으로 순간적으로 쏠리는 효과를 낳았다. 이는 14세기 프랑스 작곡가 기욤 두 마쇼의 이른바 ‘호켓(Hocket, Hocquet)’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마쇼는 두 성부가 ‘음표-쉼표-음표-쉼표’로 나뉘어 한쪽 성부의 음표가 시작될 때 다른 쪽 성부는 소리가 사라지거나 앞서 시작된 음표가 계속 이어지도록 했다. 두 소리가 합쳐져 들리지만 각 음표의 시작 부분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에서 번갈아 나오게 된다. 이런 효과가 딸꾹질(Hoquet)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호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쇼의 ‘노트르담 미사’ 중 ‘상투스’와 ‘아뉴스 데이’, 3성 호켓 ‘다비드’ 등에서 이 기법을 들을 수 있다. 소리를 좌우로 나눠 입체적 효과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14세기 음악가들이 이미 인지했고 고전 낭만주의 음악가들도 이 효과를 작품에 삽입했다. 현대에 이르러 스테레오 음향기기가 보급되면서 입체음향은 가정에서도 친숙한 일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책상 위에 블루투스 스피커 한 개만 올려놓는 일이 흔하다. 카페에서 배경음처럼 듣는 음악은 입체음향보다는 가까운 데서 들리는 한 개 채널의 소리에 가깝다. 외부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한쪽만 끼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곳곳에 넘쳐나는 음악에 포만해져 더 실감 나는 소리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일까? 유윤종 음악평론가·클래식 칼럼니스트 달라지는 것이다.